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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처형당한 정보원, 이스라엘 국민 하나 되게 했다

우리나라도 정쟁만 일삼거나 진영 싸움만 할 일이 아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중앙SUNDAY 오피니언 제3전선 정보전쟁
공개 처형당한 정보원, 이스라엘 국민 하나 되게 했다

[제3전선, 정보전쟁] 3차 중동전 승리, 이스라엘 정보력 〈하〉

이스라엘이 개전 6일만에 제 3차 중동전쟁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요원들의 활약으로 상대방의 군사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편에서 설명한 대로 전설적인 모사드 요원 엘리 코헨은 시리아의 전략 요충인 골란고원의 전력 배치와 방어계획까지 속속들이 정보를 파악했고, 심지어 공중에서도 잘 보이도록 부대 곳곳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게 하여 공습 표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코헨은 자신이 목숨 걸고 빼낸 정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이 승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코헨, 이스라엘 승리 못 본 채 교수형

부인 나디아와 함께한 엘리 코헨. 코헨은 1965년 5월 18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공개 교수형을 당했다. [사진 이스라엘방위군 홈페이지]

수집한 정보를 이스라엘로 송신하다 체포된 코헨은 1965년 5월 18일 새벽 3시 35분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시리아는 이 장면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이스라엘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코헨의 공개 처형이 안겨준 충격과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숭고한 희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1977년 코헨의 아들 샤이가 만 13살이 되던 유대인 성인식 날 메나헴 베긴 총리, 에젤 와이즈만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지도부가 코헨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날 샤이의 성인식 연설은 이스라엘 국민들의 마음을 적셔 아직도 이스라엘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정서적 끈이 되고 있다. “나는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주위로부터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어머니께는 아버지에 대해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너무 슬퍼할까 봐서요. (…) 이제 성인이 된 나는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스라엘을 위하여 헌신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것이 아버지께 드리는 나의 맹세입니다.” 샤이의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의 회고록 『반항(The Revolt)』을 선물로 준 베긴 총리도 눈물을 적셨다. 정보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 단합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코헨을 기리는 행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최성규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국가정보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국제안보 분야에 종사하였다. 퇴직후 국내 최초로 비밀 정보활동의 법적 규범을 규명한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