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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티나는 월남치마 ♣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  귀티나는 월남치마  ♣
 
아내는 가계부를 안 썼다. 
속없는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그 흔하디 흔한 가계부 하나 안 쓰냐고. 


아내는 그랬다. 
가계부를 적으려면 손에 쥐고 있는 돈이 몇 푼이라도 있어야

적고 말고 하는데 당신이 가져온 월급은 그날로 다 나가고

빈 봉투 밖에 없는데 무슨 가계부냐고 핀찬이다. 

 

전에는 회사에서 월급을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 주었다. 
회사 정문에서 밀린 외상 술값 받으려고 대기하다 
악다구리하는 술집 아줌마들을 용케 빼돌리고 
집으로 와서 얇은 봉투지만 내 놓으며 
애썼다는 말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었다. 


월급이 은행을 거쳐 
바로 집사람 손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 손을 잠시나마라도 거쳐 갔던 
좋은 시절이 있었다. 
대개는 핀찬으로 끝났다. 

 

하기야 부모님, 시동생 네 명, 조카 한 명, 우리 애들 둘 
그리고 우리 내외 까지 하면 
합이 열한 명이 사는 집에서 
밀린 밀가루 값, 보리쌀 값, 연탄 값, 구멍가게 외상 값, 
시동생들 등록금과 용돈 등등 항상 돈이 모라랐는데 
가계부 타령을 했으니 나도 모자라기는 많이 모자란 놈이다. 

 

그래서 아내는 월남치마 하나로 버텼던 것이다. 

아내는 그 ‘울남치마’ 하나로 젊은 날을 버텼다. 


무심한 남편은 으레 그려려니 했다. 
아내는 지금도 말한다. 
아내는 가난한 것이 두렵지 않다고. 
‘시장에 가지 않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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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글방』 159쪽,조선일보, 2017,에는 월남 몸뻬로 되어 있는데,

아내는 월남치마가 맞다고 하여 수정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