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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그림입니다.” “여기 어디에 그림이 있습니까?”

뜯고 메우고 반복… 바보 같지만 그것이 인생 2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뜯고 메우고 반복… 바보 같지만 그것이 인생 2
“이게 뭡니까?”
“그림입니다.”
“여기 어디에 그림이 있습니까?”

1980년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정상화 화백이 첫 개인전을 위해 귀국하던 길. 공항 세관원이 둘둘 말아온 작품을 펼치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핏 보면 흰색뿐인 그의 ‘그림’을 알아보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 열린 전시를 보고, 화가 이우환은 “세계 어디를 다녀도 이런 장인 정신을 갖고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하는 작가는 보지 못했다”고 감탄했다.

직접 보아야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단색화 거장 정상화(91) 개인전 ‘무한한 숨결’이 열리고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벽지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실핏줄 같은 격자 무늬 사이사이에서 4~16가지 색이 중첩돼 우러나온다. 전시장에서 만난 노(老)화가는 “구순이 넘어서도 개인전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이 나이에도, 그림이라는 게 끝이 없더라”고 했다. “매일 새로운 걸 하려고 했는데, 매일 똑같은 게 나왔습니다. 하나 뜯어내고 메우고, 또 뜯어내고 메우고···. 참 바보스럽죠. 하지만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바보스러움이 바로 제 작품을 말해줍니다. 사람이 사는 것도 결국 반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