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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빈곤층 관심 사각지대 6·25용사

“대단한 건 아니지만 우리의 영웅에게 작은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임예순 기자 |

돈 없어 장발장 된 참전 유공자… 기업이 나섰다
[아무튼,주말]
10명 중 7명 빈곤층
관심 사각지대 6·25용사

최인준 기자

지난 5월 친환경 욕실용품 업체 인프레쉬 직원 남예원씨가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625참전용사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이 업체는 참전용사에게 식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월10만원 어치 선불카드를 참전용사에게 지급하고 있다. / 인프레쉬
“대단한 건 아니지만 우리의 영웅에게 작은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26일 한 앳된 여성이 라면 상자 2개를 들고 부산진경찰서를 찾았다. 상자에는 참기름·참치캔·햇반·라면 등 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생필품이 가득했다. 여성은 상자와 함께 직접 쓴 손편지를 형사계에 전했다.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드셔야 할 분이 우리 사회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 위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7일 80대 후반 남성 A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연이 알려졌다. A씨는 부산 금정구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식료품 8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담당 형사가 이 남성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그가 6·25전쟁 참전 유공자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뒤 30여 년간 선원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왔다. 이후 자녀들은 독립했고, 최근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독거노인으로 지냈다.

직업이 없는 그에게 매달 쥐어지는 돈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60만원이 전부였다. 그가 훔친 식료품은 참기름·통조림이 대부분. 치아가 약해 부드러운 미역국을 끓여먹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참전용사가 절도 행각을 벌일 수밖에 없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한 청년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선행을 한 것.

부산진경찰서에는 절도죄로 붙잡힌 참전 용사에게 전해달라며 식사용 선불 카드, 손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영웅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적혀 있었다. / 인프레쉬
◇“한 장의 플라스틱 카드, 참전용사 피난처가 되길”
미담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친환경 욕실용품을 생산하는 중소 업체에 다니는 남예원(26)씨였다. 남씨는 이날 아침 출근하는 길에 노인에 대한 기사를 보고 회사 대표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부산에 가서 이 노인을 도와드려야겠다’고. 대표는 흔쾌히 “오케이(OK)”를 외쳤다. 그렇게 남씨는 생필품과 함께 치아가 안 좋은 노인이 먹기 좋은 바나나·소시지·빵 등 부드러운 간식거리 등 20만원어치를 선물했다.

남씨가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건 그가 다니는 회사가 평소 참전 용사 후원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7년 인프레쉬를 론칭한 차윤복 대표는 지난 4월 에티오피아를 찾아 6·25 참전 용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안과 진료비와 백내장 수술비를 지원했다. 에티오피아는 전쟁 당시 6000여 명의 군사를 한국에 파견한 우방국. 얼마 전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였던 한 노인의 기사를 접한 게 후원을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난 두 다리를 잃었지만 한반도 전쟁에 참전했던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