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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을 때 우리의 죽음은 그것에 좀 더 가까울 수 있다.

“체력이 급격히 약해진 환자는 모든 치료를 거부했다. 힘들게 오래 사느니 건강하게 짧게 살고자 한 그의 평소 삶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오랜 투병 기간 동안 췌장암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혹은 그가 겪어온 통증이 삶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을 때 우리의 죽음은 그것에 좀 더 가까울 수 있다. 여러 환자들의 죽음 이야기, 그리고 ‘생전 장례식’, 의사의 관점에서 최대한 가까이 관찰한 죽음의 실제 등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저자의 글은 독자를 생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까이 불러들인다.

 

“체력이 급격히 약해진 환자는 모든 치료를 거부했다. 힘들게 오래 사느니 건강하게 짧게 살고자 한 그의 평소 삶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오랜 투병 기간 동안 췌장암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혹은 그가 겪어온 통증이 삶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

 

나는 환자의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갈 때 보호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10여 명이 넘는 가족 친지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다.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그는 아들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20~22쪽

 

“어지럽다. 몸이 침대 안으로 쑥 꺼지는 것 같다. 조금씩 눈앞이 깜깜해져온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으니 눈을 뜰 힘조차 내기 힘들다. 힘들게 실눈을 떠서 바라본 풍경에는 다행히 가족들이 보인다.

 

나의 죽음을 슬퍼하고 아쉬워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 조금씩 어두워진다. 의식이 흐려지며 세상이 깜깜해져 온다. 무서운 마음에 ‘죽고 싶지 않아.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조금씩 나를 옭아매는 어둠 속에는 극도의 고요함이 묻어 있다. 깜깜해져가는 세상 속에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다. 완벽한 어둠과 완전한 무음이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편안함에 다다를 수 있었다.” -207~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