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팩트 위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것
연명의료결정제도, 그리고 ‘암 상담’
2020년 한국의 사망자 통계는 77%가 병원에서, 16%가 집에서 생을 마무리했음을 보여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집이 아닌 곳에서 죽는 것을 객사라 하여 다들 꺼려했고 대부분 사람들이 집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러나 의료 기술이 발전하며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장소이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 되었다. 2008년 세브란스 병원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선택하게 하는 지금의 연명의료결정제도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2년 기준 10만 4000건의 연명의료계획서가 등록되었다.
존엄한 죽음을 통해 존엄하게 완성되는 삶의 시간. 이 중대한 결정을 위해 우리는 병의 팩트를 알고 남은 생의 방향을 다시 잡아나가야 한다. 저자는 병과 싸우는 환자들의 분투를 전하는 곁에, 질병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해외의 암 상담 제도를 소개하며 죽음 앞에 고민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또한 상급 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한국의 의료 현실, 5분 남짓의 진료를 받고 궁금증과 불안을 묻어둔 채 집으로 돌아오는 환자들의 고민, 치료받을 곳을 찾아 헤매는 고충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