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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해썹(HACCP), 왜 아직도 ‘관(官) 주도형’인가”…실효성 논란에 민간참여 요구 커져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기획취재] “해썹(HACCP), 왜 아직도 ‘관(官) 주도형’인가”…실효성 논란에 민간참여 요구 커져


일방적 기준 적용·민간 역할 부재·과잉 행정…제도 신뢰 흔드는 구조적 한계 지적
대한민국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 이하 해썹)가 본격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운영 방식은 여전히 ‘관 주도형’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중심으로 구축된 해썹 제도는 위생 강화를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 기준 강요와 자율성 침해가 오히려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해썹 인증은 식약처가 주관하고, 지방식약청 및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하 인증원)이 현장 심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준의 설정부터 심사 평가, 시정조치까지 대부분의 결정이 관 주도로 이뤄지면서, 현장의 여건이나 업종별 특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식품업계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위험요소를 실제로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설비 기준이나 문서 양식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점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의 본래 목적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 역시 관 중심 구조의 문제점으로 획일적 기준 적용, 민간 역할 배제, 불균형한 행정권력 행사 등을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해썹 인증 과정에서 시설을 불필요하게 재설계하거나, 서류를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실효성 없는 기록을 반복 작성하는 사례도 많다.
더불어 해썹 제도 내에서 민간 인증기관이나 업계 협회 등의 역할은 사실상 제한돼 있다. 선진국들이 민간 인증기구와 기업 자율운영 기반으로 해썹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관이 기준을 만들고 평가하고 조치까지 집행하는 일방적 구조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인증 통과’에 집중하게 되고, 안전을 위한 실질적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과잉 행정도 문제다. 해썹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지적 사항에 대해 업체가 소명을 하더라도, 해석과 권한이 기관에 집중되어 있어 일방적 조치를 수용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자율적 위생관리 의욕을 떨어뜨리고, 제도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민관 공동 운영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식품업계 협회, 학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질적 운영협의체를 구성해 기준 설정과 평가에 대한 공동 책임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정 요건을 갖춘 민간 인증기관에 해썹 심사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는 관리·감독 역할로 전환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체평가와 자율 개선 중심의 자율운영 인증 체계 확대, 시정조치에 대한 중립적 이의제기 절차 도입, 지적사례 공개를 통한 행정 투명성 확보 등도 필요하다는 제안이 뒤따른다.
식품안전 컨설턴트 김 모 소장은 “지금의 해썹 구조는 ‘관이 주도하고 기업이 따르는’ 틀에 갇혀 있다”며 “이제는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안전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형식이 아닌 실질을, 통제보다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시스템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