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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진단] 해썹 인증의 그림자…‘만능 도구’ 된 금속검출기, 과연 안전한가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기획진단] 해썹 인증의 그림자…‘만능 도구’ 된 금속검출기, 과연 안전한가


금속만 걸러내는 한계에도 불구, 형식적 운용 여전… “이물관리 전면 재정비 시급”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이하 해썹) 제도는 소비자의 식탁을 지키는 핵심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속검출기는 거의 모든 제조 현장에서 해썹 인증을 위한 필수 장비로 간주된다. 그러나 최근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금속검출기가 실질적 이물관리보다 인증 통과용 장비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속검출기는 철, 스테인리스 등 자성을 띤 금속 이물을 탐지하는 장비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리, 플라스틱, 머리카락, 곤충, 고무 등 비금속 이물은 탐지할 수 없다. 실제 식품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이물 중 상당수가 비금속인 점을 감안하면, 금속검출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금속검출기를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이물관리를 다 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는 기기의 감도를 의도적으로 낮춰 실질적인 검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인증 평가를 위한 ‘형식적 운영’이 반복되며, 인증만을 위한 장비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설치 및 운용 환경도 문제다. 금속검출기는 주변의 온도, 습도, 염도, 전파 간섭에 민감한 장비로, 운용 환경에 따라 오작동이 잦다. 염분이 많은 식품(예: 김치류, 햄, 어묵 등)은 검출기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거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어 신뢰도가 낮다. 실제로 생산 라인이 불필요하게 멈추거나, 반대로 이물이 검출되지 못하고 제품이 출고되는 사고도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장비가 HACCP 인증 심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확보하는 '형식적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실질적인 관리 성과보다 장비의 존재 여부가 중요시되는 구조 속에서, 본래의 식품안전 목적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속검출기는 어디까지나 이물관리 도구 중 하나일 뿐, 만능 장비가 될 수 없다”며 통합적인 이물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검출기 외에도 X-ray 검사기, 필터, 이물선별기 등 다양한 장비와 인적 위생관리, 작업장 설계 등이 연계된 종합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식품의 특성에 맞는 감도 설정과 검사 빈도, 운영 기록 등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과 교육 확대도 필요하다. 특히 HACCP 심사 기준을 장비 보유 여부에서 벗어나 운영의 실효성과 이물 차단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업체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고가 장비 도입이 어려운 소규모 업체에 대한 정부의 기술 지원 및 인증 컨설팅 강화가 병행돼야 하며, 공정 내에서의 이물관리 설계 및 실천 방법에 대한 현장 밀착형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해썹 인증의 진정한 목적은 ‘소비자의 안전 확보’에 있다. 단순히 장비를 갖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비를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 체계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