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 민주주의라는 외눈박이
–72학번 유신 세대로 반유신·반독재 운동을 했다.
“세상을 민주주의라는 시각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외눈박이었다.”
–김수행 교수보다 먼저 서울대에서 ‘자본론’을 강의했던데.
“소련 해체 직전 페레스트로이카 경제학자들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노동력을 상품화하면 노동 소외와 종속을 가져온다는 것이 마르크스 이론인데, 페레스트로이카 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소련에서 노동 해방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한 그들은 노동 시장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안 있어 공산주의가 무너졌다.”
–박정희를 파고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2006년 미국 버클리대에 1년 연구교수로 가 있을 때 좌파 학자들이 박정희를 높이 평가하는 걸 보고 놀랐다. 그들은 국가가 적절한 개입을 하면서도 시장을 죽이지 않는 방식으로 성공한 박정희 모델을 케인스 경제학의 성공 사례로 보았다.”
–스승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정희와 대척점에 서 있던 분 아닌가.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을 만든 분이다. 박정희의 수출 주도 중화학공업화,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며 내수 중심의 경공업, 농업과 중소기업 육성 등으로 경제를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중경제론은 안병직 선생 비판대로 북한의 극단적인 자력갱생 모델 같은 것이었다. 대중 경제로 갔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다.”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경제학자 이정우는 ‘박정희 때문에 경제 발전을 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던데.
“언어 도단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말했듯이 박정희가 수출 주도 성장 정책으로 경제를 빅 푸시 하면서 한국은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격차는 김대중의 대중경제, 북한의 명령적 계획경제를 이긴 박정희 경제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갑제 선생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수상자는 사실상 박정희’라고 하셨는데, 나도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