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게임처럼 들리는 ‘계단 정복 활동’을 설명한다면.
“크러셔 클럽을 봄·가을 시즌제로 운영해요. 인터넷 홈페이지(staircrusher.club)와 인스타그램(@staircrusher.club)으로 공지하면 참가 신청하는 분들이 모여요. 2인 1조로 2시간 동안 40~50개씩 정보를 모아요. 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승강기는 갖췄는지 등을 앱에 입력합니다. 시즌마다 ‘크루’라 부르는 정예 멤버 60여 명과 ‘게스트’라 부르는 일회성 참가자 300여 명이 주말마다 모여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계단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나요.
“처음에는 친구·지인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모르는 분들이 공지를 보고 신청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2030세대 분들이 정말 많이 오세요.”
-개인주의가 강하다는데,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니 놀랍네요.
“2030은 돈만 내는 기부보다는 문제 해결에 스스로 참여하는 효능감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가치를 느끼고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마음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열심히 활동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참여 허들을 낮추거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식을 계속 고민합니다.”
-참여한 분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생각보다 재밌다’ ‘쉽고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이라 뿌듯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제일 많이 듣는 체험담이 뭔 줄 아세요? ‘계단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와 ‘높이 3cm 턱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예요(웃음). 익숙한 동네가 달리 보이는 거죠.”
지난해 서울 신사역 일대에서 ‘계단 정복 활동’을 마친 ‘크러셔 클럽’ 멤버들. /계단뿌셔클럽
지난해 서울 신사역 일대에서 ‘계단 정복 활동’을 마친 ‘크러셔 클럽’ 멤버들. /계단뿌셔클럽
-휠체어 타는 분들에게는 ‘턱 3㎝’가 맛집 기준이라면서요?
“휠체어는 엄지 한 마디에 불과한 3㎝ 이상의 턱을 넘지 못해요. 보행기를 사용하는 어르신들도 힘들어하시고요. 흥미로운 건 참여한 분들이 ‘인도도 울퉁불퉁 너무 불편하다’고 얘기해요. 저희가 인도를 확인하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는데도요. 계단 정보를 보는 ‘렌즈’를 한번 장착하면 ‘아니 여기는 이것도 없네, 저것도 없네’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거예요.”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대부분의 소규모 소매점에 대해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법률 시행령이 24년 넘게 개정되지 않은 데 대해 정부 조치가 위법하다며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
-그 판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동과 접근이 인간의 행복과 기본권으로 인정된 사례이기 때문에 굉장히 유의미한 판결입니다. 이동 약자의 접근이 쉽도록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다만 소상공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게 혹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소득공제를 해준다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