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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는 세상으로 가야 한다

임금은 응시자에게 어떤 책문, 즉 어떤 문제를 출제했을까요? 조선 시대 여러 임금이 출제했던 책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 어떤 것인가?"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 "정벌을 할 것인가, 화친을 할 것인가?" , "6부의 관리들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임금은 응시자에게 어떤 책문, 즉 어떤 문제를 출제했을까요? 조선 시대 여러 임금이 출제했던 책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 어떤 것인가?"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정벌을 할 것인가, 화친을 할 것인가?" 
"6부의 관리들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섣달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술의 폐해를 논하라."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당면한 국가 현안에 대한 국가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책문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정책을 많이 질문하고 있지만, 술이나 인생의 서글픔 등도 질문하고 있어요. 책문에서 학문의 깊이나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만 물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죠.

책문에 대한 예비 관료의 답 '대책'

대표적인 책문과 대책의 사례는 중종과 광해군 시기에 있었어요. 1507년 중종의 책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 어떤 것인가"였어요. 이에 대해 문신 권벌(權 )은 "군주는 마음이 싹트기 전에 간직하고 기르며, 싹텄을 때 반성하고 살펴, 사물과 몸에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쉬울 때 어려움을 생각하고 작은 일에서 큰일을 이뤄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하면 마무리를 잘해야 합니다"라는 대책을 제시했어요. 권벌이 제시한 대책의 핵심은 '개혁을 마음먹고 하려면 확실하고 끝까지 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광해군 때는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가"라는 책문이 출제됐어요. 이에 대해 문신 임숙영은 "조상이 물려준 자리를 잘 지키지 못하고, 조상이 물려준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시니, 전하께서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라는 대책을 제시했어요. 예비 관료 임숙영의 답변은 광해군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겠지요.

책문을 작성하는 응시자는 모두 예비 관료라고 할 수 있어요. 예비 관료가 책문에 답한 대책의 글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어요. 글이 간결하고 논리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글쓴이의 감정을 과장해 표현하거나 사물을 너무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았어요. 객관적인 사실과 자기의 입장을 진솔하게 서술하고, 화려한 문장이나 논제를 벗어난 글은 금기시했어요. 예비 관료들이 작성한 대책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발행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대표적인 책으로는 '동국장원책(東國壯元策)' '전책정수(殿策精粹)' '책문준적(策文準的)' 등이 있어요. 이 책을 보면 당시 예비 관료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객관식 시험은 장점이 많아요. 채점이 쉽고, 논술형보다 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 수능은 객관식 시험 체제 중 세계에서 가장 발전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학생들은 개념이나 원리를 공부하기보다는 기계적으로 문제를 정확하고 빨리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학생들은 점점 '문제 풀이 기계'가 된다는 비판도 있지요. 수능 시험 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수능 시험 제도를 바꿀 때, 우리 전통적인 시험 제도였던 책문을 참고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