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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살림, 30명 대가족 이끌어

사실 운이 다한 듯한 집안에 무남독녀를 시집보낸다는 것은 사상적 지지나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교육과 살림, 30명 대가족 이끌어
“여자라고 성인 못 되나” 친정·시집 둘 다 일으킨 수퍼맘 장계향
사실 운이 다한 듯한 집안에 무남독녀를 시집보낸다는 것은 사상적 지지나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어린 남매가 기다리는 재취 자리다. 경당은 한때 자신의 문하에서 빛을 발하던 스무 살의 이시명(1590~1674)이 혹독한 변고를 겪고서 초췌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을 때 애잔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위로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제자의 맑은 기운과 학문적 역량에 경도되며 스승은 딴마음을 품게 된다. 경당은 아침저녁으로 학술과 도덕을 함께 논하던 딸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자신의 딸이라면 몰락의 조짐을 보이는 한 집안을 재건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들었다.

겨우 스무 살의 장계향은 실의에 빠진 시부모를 위로하고 전처소생의 어린 남매를 양육하는 등 30여 명의 식구를 건사하는 대가족의 주부로 삶의 새 장을 연다. 그녀의 가문 의식은 “남이 넉넉할 때 내 많은 재물은 자랑일 수 있지만 남이 모두 없는데 홀로 많이 가진 것은 재앙”이라고 한 말에서 드러나듯 사회를 향해 열려 있다. 이후 25년 동안 장씨는 7남 3녀의 출산과 양육, 그리고 교육과 혼인을 주관하며 활발한 청장년기를 보낸다.

역병과 자연재해가 일상이 된 17세기의 외진 고을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10남매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생존과 다투는 날들이었다. 이러한 절박한 환경에서도 장계향은 직접 일구지 않은 재물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식 교육에 도전과 노력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여겼다.(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