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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마신 경주법주, 50년 전 박정희가 개발 주문,박정희대통령님은 정말 하신 일이 너무너무 많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기시다 마신 경주법주, 50년 전 박정희가 개발 주문
중앙일보
김정석 기자 

“쌀 표면을 79%까지 깎아내 더욱 깨끗하고 부드러우며, 우리 청주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천년 고도의 명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할 때 윤 대통령이 식탁에 오른 술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구절판과 탕평채, 한우갈비찜, 자연산 대하찜, 메밀 냉면 등과 함께 만찬장에 등장한 이 술은 ‘경주법주 초특선’이었다.

 

사케를 선호하는 기시다 총리 취향을 고려해 대통령실이 선택한 경주법주는 1974년 11월 한국을 찾은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회에 오르며 국제외교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경주법주 주식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금복주에 따르면, 경주법주 시작은 포드 전 대통령 환영만찬회 2년 전인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은 우방국인 한국에 닉슨 대통령 방중 배경을 설명하려고 마셜 그린 차관보를 파견했다.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 들른 그린 차관보는 중국 대표 술인 마오타이를 맛보고 그윽한 향과 맛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린 차관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한국에도 그런 술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신 있게 권할 술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부족한 식량 때문에 쌀로 술을 담그지 못하게 하면서 전통주 명맥이 끊긴 탓이 컸다.

그린 차관보에게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술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때 선택된 술이 과거 신라시대 화랑이 즐겨 마셨다는 경주법주였다. 양조법이 엄격해 ‘법주(法酒)’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고, 불법을 따르는 승려들이 만들어 ‘법주’라고 한다는 얘기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국세청은 대구·경북 지역 소주업체인 금복주에 술 개발을 맡겼다. 전통주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가 거의 사라진 상태여서 금복주는 경주 지방에서 오랜 세월 경주법주를 만들어왔던 가문(율동 손씨, 교동 최씨, 양동 이씨)의 도움을 얻어 개발에 성공했다.

 

경주법주 초특선은 그 중에서도 고급화된 술이다. 2010년 4월 출시된 경주법주 초특선은 도정률 7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주법주 관계자는 “남은 속쌀 21%만 원료로 사용해 한층 맛이 깨끗하고 향이 상큼하다”고 했다. 일본이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접한 ‘닷사이23(獺祭 23)’ 도정률은 77%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출처,사진,글,중앙일보,20230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