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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짐승의 지방 부위를 항상 먼저 먹는다고 했다.

거머리의 식욕이 곧 치료제로서의 효능이기 때문이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의대생 시절에 나는 특정 체액에 마음이 ‘끌려서’ 전공을 선택하는 의사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체액마다 나름의 오묘한 방식으로 진단의 실마리를 제공하니 흥미가 동할 만하다.

감염내과의 고름부터 이비인후과의 콧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수많은 배설물,

분비물, 화농은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체액은 보통 버려지고 천대받는 존재이지만 의사가 다루는 필수 재료로,

저마다 고유한 언어로 의사에게 속삭이며 환자의 문제를 알려준다.

전문의가 된다는 것은 특정 체액의 언어에 능숙해진다는 것으로,

그 색과 질감과 굳기의 해석법을 배우고 일생 동안 그 비밀을 궁리한다는 의미다.
--- p.185

 

거친 털이 테두리에 살짝 붙어 있는 커다란 발자국에 나는 불안했다.

고래를 찾으러 넓은 바다를 한 번 볼 때마다 뒤도 한 번씩 돌아보았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하얀 얼음덩어리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엿보는 북극곰이 있을 것만 같았다.

 

허먼은 북극곰이 바다표범을 사냥 중인 것 같다면서,

북극곰은 짐승의 지방 부위를 항상 먼저 먹는다고 했다. 

이뉴피아트인들과 마찬가지로 곰도 지방을 노리는 것이다.

 

북극지방에서 가장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다.

곰이 부근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뱃살과 옆구리 살이 새삼 새롭게 보였다. 모두 생존에 필요한 양식이었다.
--- p.207

 

간호사들이 ‘거머리 모텔’이라고 부르는

그 용기에는 그날 분량인 24마리의 거머리가 들어 있었다.

한 시간마다 한 마리씩 손가락에 붙여줄 녀석들이다. 거머리는 그날 아침 병원 약제과에서

성형외과 병동으로 직접 가져온 것이다. 

 

일반 약은 보통 공기 압력을 이용해서 수송하는 기송관 시스템을 통해

약제과에서 병동으로 전달하는데,

거머리처럼 연약한 생물은 그렇게 거칠게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거머리는 건강하고 배고픈 상태로 병동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거머리의 식욕이 곧 치료제로서의 효능이기 때문이다.
--- p.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