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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인체가 부분의 총합보다 큰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의대가 인체를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면,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책 속으로
의대가 인체를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면,

삶은 인체가 부분의 총합보다 큰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우리 몸속의 숨겨진 세계도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만큼 주목과 경탄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몸과 우리 삶의 진짜 이야기는, 안과 밖 모두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니까.
--- p.18

배관 문제를 해결하는 리처드처럼, 산을 넘나드는 바실리와 올가처럼,

의사는 지형과 지류를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카테터를 삽입하는 심장전문의도 비슷한 기술을 구사한다.

 

카테터를 관상동맥으로 밀어 넣어 심근경색을 일으킨 혈전을 찾아갈 때,

분기점에 이를 때마다 적절한 길을 택하면서 점점 더 작은 혈관으로 접어들다가

드디어 조영제가 멈춘 지점에 도달한다. 

 

까다로운 배관 문제를 해결하고, 치명적인 질환을 치료하고,

오지의 험한 산을 지나다니려면 배관공, 의사, 산행자는

하나의 물길에서 한 발짝 물러나 흐름이 맞물리고 갈라지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유역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어야 한다.
--- p.55

 

우리는 시계처럼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존재다.

내가 의대에서 인체에 관해 배운 것은 리듬이 거의 전부였다.

어른의 심장은 1초에 한 번 정도 뛰어 시계의 초침과 박자가 비슷하고,

폐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리듬은 파도가 해안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리듬을 닮았다. 

 

둘은 신체의 가장 근본적인 리듬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검사하는

‘활력징후(바이탈 사인)’에 포함된다.

 

팔뚝에 압박대를 감싸 혈압을 재고,

심장과 폐의 리드미컬한 북소리를 살펴 기초적인 건강을 확인한다.
--- p.89

 

나는 또 하나의 청진기일 뿐이었다.

그것도 꼭두새벽부터 질문 세례를 퍼붓는 청진기.

그럼에도 나는 오전 9시까지 할 일을 끝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테드가 눈을 뜰 때까지

그의 다리를 살살 두드렸다.

 

매일 아침 그를 현실로 복귀시켜

야윈 살갗에 차가운 청진기를 갖다 대고,

마른 목구멍에 불빛을 비추고, 움푹 꺼진 배를 손으로 눌러댔다. 

 

몽롱한 잠기운이 가시고 나면,

암 환자의 가혹한 현실이 새삼 다시 실감되면서 날마다

끔찍한 재진단을 받는 기분이리라.

 

나는 입맛이 어떤지(언제나 전혀 없었다),

통증이 어떤지 묻고는(변함없이 지속됐다),

다른 환자를 깨우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
---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