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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외환경 탓할 필요없고 기다린다고 살아나지 않아 팀코리아 '전투력'을 키워라 체력 허약해진 수출, 다시 살리려면

8개월째 수출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이고, 무역적자도 1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대책도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무역 금융, 규제 완화, 지역과 품목의 다변화, 친환경 신제품, 신기술 개발 등이고,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는 춤추고 있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수출 대외환경 탓할 필요없고 기다린다고 살아나지 않아 팀코리아 '전투력'을 키워라

체력 허약해진 수출, 다시 살리려면
◆ Big Pic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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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수출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이고, 무역적자도 1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대책도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무역 금융, 규제 완화, 지역과 품목의 다변화, 친환경 신제품, 신기술 개발 등이고,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는 춤추고 있다. 대통령 주재 회의, 부총리·장관 주재 대책회의, 차관급 실무 대책회의, 애로 타개 태스크포스(TF) 등 어지러울 정도다. 회의에 불려 다니는 기업인들은 항상 그 얼굴들이고, 회의가 끝나고 어색한 파이팅 자세를 취하며 찍은 사진들이 보도자료를 메꾼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못 들었던 '수출'

수출의 '소중함'과 수출 외에는 한국이 살아나갈 길이 없다는 '절박감'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우리나라 일부에는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대해 뿌리 깊은 비호감을 가진 그룹들이 학계를 포함해 1964년 수출 1억달러 시절부터 존재해 왔다. 수출은 박정희 정권의 친재벌 정책의 일환이고, 수출 중심 경제정책으로는 자본도 기술도 없는 한국이 일본 등 선진국의 하도급 기지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수출은 상품 경쟁력만 있으면 다 잘될 텐데 정부의 수출 지원은 오히려 기업의 자율성만 손상시킬 것이라는 주장으로 수출의 절박감을 이완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 '100대 국정 계획'에 수출의 '수'자도 들어가는 꼭지 하나 없었고, 대통령이 수출을 직접 챙긴 기억도 없다. 수출이 장기 호황일 때는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제 추세 전환의 시점에는 수출이 국가 운영의 핵심으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물꼬를 터주는 수출 지원 정책이 필요

정부의 시각과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과 금융에 의한 해결책만 찾다 보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제는 수출의 상품 가치와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미세하고 정성스러운 정부와 지원 기관의 손길이 더 절실하다.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반전을 하려면 흐름을 타야 한다. 수출도 그렇다.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정부나 지원 기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다들 제정신이냐고 했다. 수출하기 위해 바이어를 찾아다녀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이 세계적 엄동설한에 한국 상품을 사기 위해 제 돈을 들여 한국에 오겠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타내고 'Buy Korea'라는 대규모 수출상담회장을 열었다. 대박이 터졌다.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바이어들은 큰 장에서 싸고 좋은 공급망을 찾을 것이라는 계산이 주효한 것이다. 코엑스에서 실내 공간을 다 써도 부족해 외부에까지 상담장을 만들고, 깜짝 놀랄 수출 계약 실적을 이루어냈으며, 이것은 우리 수출기업들에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또 제2의 IMF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한국을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게 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신한류의 흐름이 K식품, 패션, 뷰티 등 새로운 수출 강물이 되어 주도록 장을 만들어주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것도 정부 몫이다. 이번 파리에서의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이나 베트남에서 보여준 대통령부터 정부 인사와 기업인까지 한마음으로 수행한 대한민국 영업팀의 활동은 이어져야 한다.

1980년대 중반 CTV 등 한미 통상 마찰이 극심할 때 이를 극복한 것은 우리 기업의 힘이었다. 주요 대기업들이 비즈니스도 없는 워싱턴에 지사를 내고, 최고 에이스들이 주재하면서 상하원 의원과 보좌관 및 언론인들을 매일 만났다. 무역협회와 업종별 단체들도 정식 로비스트 등록을 하고, 워싱턴에서 걸맞은 활동을 했다. 지금은 몇 개가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역협회 중심으로 민간 로비망의 재결집이 필요하다.

 시장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역시 기업인들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하고, 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상단(商團)들이다. 정부의 교섭망과 기업의 로비망이 한 팀이 되어야 하겠다.

기업은 제 역할 다하고 있나?

우리 조선산업이 세계 1등이 되기까지의 원동력은 '조선 3사(현대·삼성·대우)의 앙숙 관계'였다는 말이 있다. 치열하고 무자비하게 싸웠다. 정부에서 회의를 하면 3사 대표자들이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 외국의 공격을 받을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한 팀이었다. 오일 쇼크로 원가가 치솟고 수출 기력이 떨어질 때 우리 기업들은 오일 머니를 취하기 위해 중동으로 뛰어들어 가서 사막을 누비고 다녔다.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자 '한국투자공사' 설립안이 국무회의에 올라왔다. 이때 노 대통령 특유의 버럭이 터져나왔다. "그만해요. 그 정도는 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해외에서 안 벌면 어떻게 먹고살아요?" 한국투자공사가 설립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 위기 때마다 수많은 실전을 겪어본 나에게는 다른 길이 안 보인다. 여야 가리지 말고 이 시점에서 공유해야 할 한국의 '혼'이고, '사는 줄'이다.[조환익 전 KOTRA·수출보험공사 사장](출처: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