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37만개 부품 거의 국산화… 누리호 신속한 문제 해결은 그래서 가능했다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2
이렇게 진행된 두 차례 시험 발사 결과 누리호는 예상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우주 산업에서 제일 큰 분야는 위성 산업으로 무려 72%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시장으로 진출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위성에 필요한 부품이나 측정 장치들은 실제 우주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써주지 않는다.
애초 도요샛은 러시아 발사체를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긴급히 누리호로 옮겼다. 국산 발사체가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민간 위성 업체들이 제작한 다른 초소형 위성 3기 역시 중요한 검증 임무가 주어졌고, 누리호는 그 마중물 역할을 맡았다. 1.5%에 불과한 발사체 산업의 국산화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3차 발사 역시 쉽지 않았다. 5월 24일 발사 몇 시간을 남기고 통신 이상이 발견되어 중지되었다. 우주 발사체에서 이런 일은 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연구진들은 밤을 새워 문제를 찾았고, 결국 해결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리호 제작에 300여 개나 되는 국내 기업이 참여한 것은 이처럼 국산 발사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서였다. 필자의 회사도 엔진을 만드는 작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만 따지면 1년에 단 몇 개의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참여기업 그 누구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항공우주연구원은 업체들을 발굴하고 설득하면서 무려 10여 년간에 걸쳐 결과를 만들어 냈다. 어렵고 복잡한 과제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면에서 독재 체제나 통제 국가가 어쩌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누리호가 보여준 가장 큰 성과는 국가적으로 어렵고 중요한 과제를 마주했을 때, 설령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는 민주주의의 우리 사회가 이를 충분히 감당하고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것을 과학으로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