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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랩

로컬 랩이라는 개념은 서울특별시에서 제시한 것으로, 기존의 리빙 랩 개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로컬 랩


로컬 랩이라는 개념은 서울특별시에서 제시한 것으로, 기존의 리빙 랩 개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문제는 기존의 리빙 랩 개념조차도 엄밀한 정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차별화를 하겠다고 '유사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개념을 하나 더 내세워서 뒤섞어 놓았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로컬 랩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2020년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워 보이며, 굳이 정리하자면 
사회혁신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보완한 리빙 랩 최신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가이드북[6] 및 발표자료집[7] 등을 최대한 참고할 경우, 로컬 랩은 행정동 단위에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주민과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혁신 방법이다. 방법론적으로 본다면, 폴리시 랩(policy lab)이라는 정책적 방법을 리빙 랩에 결합함으로써 지역행정에 특화시켰다고 세일즈되고 있다.

 

폴리시 랩 역시 그 자체로는 특별할 것은 없으나, 공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통계적 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하기에,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접근법에 더 가깝다.

 

실제로 많은 마을활동가들이 리빙 랩과의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2019)는 리빙 랩과 로컬 랩을 다음과 같이 대조하기도 했다.

 

리빙 랩은 신기술 개발 및 개발된 서비스의 실생활 적용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로컬 랩은 여기에 폴리시 랩을 덧붙임으로써 공익적 목적에만 집중하게 했다.

리빙 랩의 참여자들은 '4P', 즉 공적 영역, 민간 영역, 일반인으로 구성되는 파트너십이지만...
로컬 랩은 민간 영역이 빠지고, 그 대신 전문가 집단이 포함되는 정부-시민-전문가 파트너십을 구성한다.

 

리빙 랩에서는 혁신 과정에서 '사용자' 들의 참여를 강조하지만...
로컬 랩에서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시민', 또는 '주민' 이라는 단어가 대신 등장한다.

리빙 랩은 혁신의 기술적 방법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공학적 성격이 있지만...
로컬 랩은 혁신을 위해 먼저 인간을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회과학적 성격이 더 강하다.

 

로컬 랩 역시 다자간에 모여서 장기간의 공론과 협의를 거쳐 문제를 정의하고 대처방안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리빙 랩의 진행과정과 유사하다. 


그러나 리빙 랩과는 달리 기술적인 측면에는 관심이 없기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짓자', '무엇을 도입하자' 같은 하드웨어적인 대안보다는 
'무엇을 서비스하자', '무엇을 활용하자'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대안이 더 쉽게 도출된다. 

 

특히 리빙 랩이 민간 영역의 참여로 인해 이런저런 기업체들의 신제품 세일즈(…) 기회가 된다는 것과 다르게, 
여기서는 이해관계에 무관한 전문가 집단이 구성되어 주민들을 직접 지원한다.

 

인간 생활을 관찰함으로써만 문제를 정의하기 때문에, 
로컬 랩은 필수적으로 마을 현장에서 직접 뛰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살피는 과정이 들어간다. 

 

그 방법론으로서는 보통 참여관찰법이라고 불리는 에스노그라피가 많이 쓰이지만, 마케팅 분야나 인류학에서 자주 활용하는 여러 관찰법들이 추가될 수 있다. 

 

예컨대 
가상의 인물의 하루를 시간순으로 묘사하는 페르소나법, 
사전 협의된 실제 인물의 뒤를 밟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셰도잉법, 
가상의 여러 인물들의 일상을 모사하는 롤플레이법 등이 거론된다.

 

서울시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로컬 랩 시범사업 성공사례로서는 
2018년의 금천구 독산동 및 강북구 삼양동의 두 지역이 있다. 

 

독산동의 경우 로컬 랩을 거쳐서 마을돌봄(community care) 체계를 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홍보되는데, 

이 동네는 그 이전부터 '크리킨디 사업' 이라고 해서 업사이클링 같은 자원순환 분야에서도 이미 유명한 동네이긴 했다. 

 

한편 삼양동의 경우 주거인프라가 부실하고 험한 비탈길도 많은 곳이라 박원순 시장이 한때 한달살이 체험을 하기도 했던 곳이다. 이곳은 로컬 랩을 통해서 골목정비 및 집수리 사업을 담당하는 마을관리소가 설치되었다.

두 사례 모두 상당한 주민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성과이지만, 
사실 리빙 랩의 한계와 마찬가지로 아주 '독창적이고 참신한' 해결방법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였음을 보여준다. 

 

마을돌봄 같은 것도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미래 키워드이기는 하나, 사실 이 무렵부터 이미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에서는 마을돌봄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복지서비스를 개편하고자 준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신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애써서 거기까지 도달했고 만족스러운 사업을 진행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는 분위기.(출처: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