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
모두의 죽음 준비는 이 생각에서 시작된다
말기 암, 파킨슨병, 치매 등의 질병을 주로 돌봐온 의사로서 저자는 건강할 때 알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다양한 사연을 전한다. 그리고 삶의 주체이자 병의 주체로서 환자가 ‘병이 있는 일상’을 꾸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의학 지식을 함께 전한다. 존엄한 죽음을 어렵게 만드는 의료 현실을 함께 살펴 더 나은 죽음을 위해 같이 고민해봐야 사회적 조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던진다. 삶과 죽음의 혼란 속에서, 어려운 결정 앞에 길을 잃은 환자들의 최선의 결정을 돕겠다는 의사의 다짐도 써 내려간다.
살아 있는 오늘, 죽음의 자리에 나를 놓다
나에게는 어떤 죽음의 ‘정의’가 있는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친지들이 누워 있는 나의 곁에 빙 둘러 서 있다. 점점 사그라지는 의식을 붙잡고 마지막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 잘 지내다 간다.’ 그렇게 자는 듯이 천천히 눈을 감는다…. 우리가 ‘죽음’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이지만, 저자는 이런 영화 같은 죽음은 없다고 말한다. 엄습하는 고통은 바로 누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고 날카롭고, 의식은 온통 아픔에 쏠려 있다. 누군가는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검증된 치료가 아닌 미지의 위험한 희망에 매달리고,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 한다. 대체로 ‘완치’보다는 통증의 ‘완화’를 치료의 목표로 삼는 말기 암, 파킨슨병 환자들의 곁에서 저자는 다양한 선택들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존엄 있는 마지막 순간, 즉 ‘웰다잉’을 “‘안녕히 계세요.’ 같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질문한다. 죽음 다음에 남을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죽음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품고 있는가? 어떤 ‘정의’를 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