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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콤플렉스신화와 전설로 읽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점복 문화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신탁 콤플렉스신화와 전설로 읽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점복 문화
저자 조현설
출판 이학사
발행 2024.01.22.

책 소개
신화학자 조현설의
신탁 콤플렉스로 신화 새롭게 읽기

신화학자 조현설 교수(서울대 국문과)는 오랫동안 신화와 전설, 민담 등 옛이야기를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서 신탁(오라클)의 역설을 발견하고 이를 신탁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이 책은 지은이 조현설 교수가 신화와 전설, 나아가 민요와 굿놀이 등에 스며 있는 신탁 콤플렉스를 탐구한 첫 산물이다. 지은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규정된 오이디푸스 신화를 다른 시각에서 독해하고, 그가 새로 명명한 신탁 콤플렉스를 통해 여러 옛이야기를 재해석한다. 〈바리데기〉, 〈창세가〉, 〈천지왕본풀이〉, 〈도랑선비 청정각시〉, 〈홍수신화〉, 〈꼬댁각시노래〉, 〈삼공본풀이〉, 〈세경본풀이〉, 〈손님굿〉, 〈막동이말놀이〉, 〈아기장수〉, 〈멩감본풀이〉, 〈심청가〉 등 신화와 전설을 새롭게 해석하며 그 안에서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가늠해본다.

신탁이 어떻게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가? 신의 말, 곧 신탁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기도, 삶의 지침이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신과 신탁을 발명하며 인류는 여기까지 진화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종교적 신탁 외에도 일상에서 여러 예언과 명령을 듣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신탁이 발휘하는 힘이 달라진다. 그저 참조 사항으로 여긴다면 신탁은 콤플렉스와 결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신탁을 절대화하여 그 신탁에 매달릴 때, 신탁이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작동할 때 신탁 콤플렉스는 실체를 얻는다. 옛이야기 속 신화적 사건은 굿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되면서 신탁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로 작동한다. 이 경고가 강력한 도그마로 작용하면 신탁에 의존하는 심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지은이는 이런 복합적인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신탁 콤플렉스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콤플렉스는 이제 정신분석학 혹은 분석심리학 분야에서보다 문학비평에 더 많이 쓰이는 상투적 개념이다. 신탁 콤플렉스라는 개념이 이전의 무수한 콤플렉스 개념보다 마음의 무늬를 이해하고 문학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더 유용할까? 이 책을 만든 이 질문은 이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질문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먼저 익숙한 〈바리데기〉 신화와 오이디푸스 신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발견되는 ‘불안과 신탁의 관계’를 해설하고, 이어서 여러 다양한 우리 신화를 신탁 콤플렉스로 재해석해본다. 그런데 서구와 다른 우리 문화의 신화와 전설에서는 종종 신탁 콤플렉스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에 반발하고 빠져나가는 인물들이 보인다. 이처럼 신탁에 저항하고 탈주하는 신화 속 반신탁, 탈신탁의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또한 신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알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신탁을 유발하는 불안과
신탁 회피가 실현하는 신탁 콤플렉스

신화와 역사적 사건 속의 신탁뿐만 아니라 여전히 구전되고 있는 태몽 이야기, 로또 당첨을 꿈의 결과로 해석하는 이야기에도 신탁은 살아 있다. 소셜미디어, AI 사주 챗봇, 앱, 부적 굿즈까지 가상공간과 일상으로 영역을 확장한 점복과 신탁업은 ‘점술 공화국’이나 다름없는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가중된 불안감으로 우리는 점복을 호출하고, 점복으로 얻은 신탁이라는 약물로 심리적 위기를 탈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이 신탁을 부르고 신탁이 불안을 키우는 되먹임의 과정에서 신탁 콤플렉스가 병적 상태로 발현된다.
사실 신탁은 신탁을 구하는 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신탁은 신神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고, 의뢰자의 마음에 따라 실재가 된다. 불안감은 신탁을 부르고, 신탁에 대한 갈망과 신탁으로부터의 도피가 신탁을 실재로 만들어 바리데기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구축한다. 다양한 처지의 불안한 영혼들이 신화의 언어를 통해 굿판으로 올라온다. 여기서 문제는 이 불안을 대면하는 주체의 태도이다. 〈바리데기〉의 어뷔대왕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박수무당을 찾아 신탁을 받지만 동시에 신탁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 신탁으로부터의 도피가 불안감을 강화하여 다시 신탁에 매달리게 만든다.
이 책은 이처럼 신탁에 집착하면서도 신탁을 회피하다가 오히려 신탁을 실현하게 하는 신탁의 패러독스에 ‘신탁 콤플렉스Oracle complex’라는 이름을 붙인다.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 부자는 이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비극으로 달려간다. 신탁은 불안과 회피 행위를 통해 실현된다. 신탁의 절대화가 신탁 콤플렉스와 비극의 출발점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포획된 오이디푸스 신화
그리고 오이디푸스 부자의 진짜 콤플렉스

이 책은 이제 오이디푸스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만능열쇠로부터 구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구출 가능성이 높은 하나의 방도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꿈이나 무의식과 같은 정신분석의 도구로 환원하지 않고 신화의 맥락에서 다시 읽는 방법이다.
신탁을 ‘오이디푸스화’하는 것, 다시 말해 신탁을 행동의 지침으로 내면화ㆍ절대화하는 것이 신탁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라이오스가 신탁을 구하러 델포이로 올라가는 길은 신탁 콤플렉스라는 그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화되었기 때문에 신탁의 실현을 기다리지 않고 신탁으로부터 도피한다. 라이오스가 델포이로 가지 않았다면, 아들을 버리지 않았다면 신탁은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신탁은, 특히 부정적 신탁은 신탁 수신자를 신탁으로부터 도망치게 만듦으로써 스스로를 실현한다고 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신화의 비극은 오이디푸스 부자의 신탁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이디푸스와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는 델포이의 신탁이 초래한 끔찍한 불안 때문에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오이디푸스에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없었다. 오이디푸스 부자를 비극으로 몰아간 것은 ‘신탁 콤플렉스’였다.

신탁에 저항하고 탈주하는
우리 신화 속 인물들의 탈신탁 콤플렉스

이 책은 우리 신화를 신탁의 시각에서 다시 해석하며 신화의 인물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반신탁의 길, 탈신탁 콤플렉스를 이야기한다. 반신탁 콤플렉스는 신탁을 위반함으로써 신탁으로부터 거리를 확보하여 콤플렉스라는 심리적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므로 탈신탁 콤플렉스에 도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무속신화 〈삼공본풀이〉의 가믄장아기는 바리데기와 심청을 섞어놓은 듯한 인물로, 스스로 운명의 주체가 됨으로써 신탁에 저항한다. 가믄장아기는 신탁에 맞서 신탁을 놀이로 만들며 반신탁의 길로 달려간다. 운명의 여신 가믄장아기의 행로를 더 풍부한 서사로 형상화하고 있는 〈세경본풀이〉의 자청비는 프로이트식으로 오이디푸스화할 수 없는 인물이다. ‘스스로 났다’는 자청비는, 가믄장아기가 부모에게 맞섰듯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오이디푸스화에 맞선다. ‘여성은 결여된 존재’라는 신탁 콤플렉스에 맞서 여신이 된 존재이다. 안티오라클 콤플렉스를 실천하는 인물이자, 남성들로부터 끊임없이 탈주하는 자청비는 콤플렉스가 없는 여신이다.
이 책에서는 ‘신화와 전설로 읽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점복 문화’라는 부제처럼 신화와 전설을 통해 한국 문화 속에 널리 퍼져 있는 주술과 점복 문화의 지속성과 현재성을 풀어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로부터 자유로운 심리적 공간을 찾아보려고 한다. 심리검사, 타로점, 사주, 기도 등 점복 행위의 바탕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액운을 없애고 복을 받으려는 태도는 모든 종교의 기반이다. 그러나 제액초복을 얻으려는 점복과 주술이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데 이르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이 이 책에서 발견한, 신탁에 저항하고 신탁으로부터 탈주하는 인물들의 행위 안에 있다. 제주 신화의 여신 가믄장아기나 자청비, 그리고 우리 고전 서사의 정수를 형상화하고 있는 바리데기나 심청과 같은 인물들 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신탁 콤플렉스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신화를 재해석해봄으로써 독자들은 신탁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거나 또는 맞서는 인물을 만날 수 있고, 나아가 여전히 우리를 헤매게 하는 신탁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여는 말

1장 불안과 신탁, 혹은 신탁과 불안
여자 조심해!
유학자들이 신탁을?
근대 민속사회의 점술과 신탁
이야기와 신탁의 형식
신탁과 신탁 콤플렉스

2장 〈바리데기〉의 불안한 인물들과 신탁 콤플렉스
어뷔대왕의 불안
덕주아 부인의 불안
드러난 불안과 숨어 있는 불안
신탁 회피와 신탁 콤플렉스
신탁 콤플렉스와 천도굿

3장 라이오스-오이디푸스의 신탁 콤플렉스
오이디푸스의 불안과 신탁
스핑크스와 테바이의 불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포획된 오이디푸스 신화
오이디푸스 부자의 진짜 콤플렉스

4장 신탁놀이와 반신탁 콤플렉스
청정각시의 지독한 콤플렉스
신탁놀이와 의사疑似신탁 콤플렉스
꼬댁각시들의 신탁놀이
여신들의 반신탁 콤플렉스

5장 손님굿, 탈신탁의 신화와 놀이
천연두의 공포와 대응
무속의 손님신 인식
손님굿 신화의 구조들
손님굿 신화의 구조와 신탁의 관계
〈막동이말놀이〉의 탈신탁 콤플렉스

6장 신탁 콤플렉스와 전설의 희비극
아기장수 전설과 신탁으로부터의 도피
풍수지리설과 신탁 콤플렉스
조작된 신탁과 연명 서사

맺는말: 바리데기-심청의 행로와 신탁의 위상

미주
도판 저작권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