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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귀족 사회를 바꾼 신대륙 소년의 힘, 소공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공자’(Little Lord Fauntleroy, 1886)는 미국 뉴욕서 자란 일곱 살 소년 세드릭이 백작인 할아버지의 후계자가 되어 영국으로 건너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세드릭의 따뜻한 마음이 까다로운 백작의 차가운 마음을 녹여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영국 귀족 사회를 바꾼 신대륙 소년의 힘
소공자
신승한 광운대 교수·영미문학

 

 

가난한 소년이 부유한 귀족으로 거듭나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읽히기 십상이지만, 실은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의 변화와 귀족 계급의 위기를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조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백작과 세드릭의 만남은 구시대와 신시대의 만남이며, 이를 통해 작가는 당대 영국 귀족 사회의 변화와 적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가문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 때문에 인간다운 품격을 잃어버린 백작은 영국 귀족들의 결핍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손자의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에 감화돼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마침내 그간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세드릭이 전해준 신대륙의 활력이 백작의 굳어진 가치관에 전환을 일으킨 셈이다.

 

백작이 한때 “떠버리 장사꾼 같은 미국인”이라며 경멸했던 세드릭의 어머니를 저택으로 받아들이는 결말은, 구대륙의 전통과 신대륙의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막대한 문화유산을 지녔으나 건강한 진취성을 잃은 유럽 귀족과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떠오른 미국의 역동성이 만난 것이다. 

 

영국 귀족은 17세기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 그리고 18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산업혁명 등을 거치고도 끝내 살아남았으나,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그들에게도 변화가 절실했다.


‘소공자’의 이런 주제의식은 작가 버넷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버넷은 184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지만, 16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 테네시주로 이주했다. 

 

이후 그는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공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국과 미국, 두 나라를 모두 경험한 버넷에게 ‘소공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투영한 작품이었을 터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만남, 전통과 혁신의 조화. 이것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