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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VIP 방중에 사드 환경평가 연기” 文정부 문서 첫 확인 2019년 방중 앞두고 국방부 작성 당시 문정부 “주민 반대로 연기”

환경평가가 절대적이거나 만능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느 사업이든 환경, 안전, 품질, 교통 등 각 기능 별 문제점을 파악, 평가하여 이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알라 미연에 방지하자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품질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업을 전면적으로 막지는 않는다. 안전 사고 우려가 있다고 자동차를 못 만들게 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미래인증건강신문 나종민 기자 |

정치
국회·정당
[단독] “VIP 방중에 사드 환경평가 연기” 文정부 문서 첫 확인
2019년 방중 앞두고 국방부 작성
당시 문정부 “주민 반대로 연기”

박수찬 기자

경북 성주군 소재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뉴스1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대통령 방중(訪中) 등 중국과의 외교 현안을 감안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정식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고의로 연기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됐다는 문 정부의 설명과 배치된다. 문 정부의 사드 정식 배치 연기 과정이 정부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 시기 관련 협의 결과에 대한 보고’ 문건에 따르면 2019년 12월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는 경북 성주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 구성 시점을 논의했다. 문 정부는 2017년 7월 통상 1년이 걸리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사드 최종 배치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3월 미국이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정부는 법에 따라 정부, 주민대표,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먼저 구성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건에서 당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12월 계획된 고위급 교류(중국 외교부장 방한, VIP 방중)에 영향이 불가피하며 (평가협의회 구성) 연내 추진이 제한된다”며 연기 문제를 꺼냈다. 문 전 대통령은 회의 20여 일 후인 2019년 12월 23~2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한중은 당시 2020년 초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추진 중이었다. 참석자들은 “중국 측은 성주 기지 환경영향평가 절차 진행을 사드 정식 배치로 간주해 한중 간 기존 약속에 대한 훼손으로 인식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연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회의에선 “외교 현안 등을 고려할 때 연내 평가협의회 착수는 곤란하다”고 결론났다.

회의 결과는 정의용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보고됐고, 청와대 안보실은 국방부에 평가협의회 구성 시기를 2020년 1월 말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전화로 통보했다고 한다. 회의 다음 날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실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이 문건은 그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월 평가협의회 구성을 재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평가협의회 구성 전 단계인 평가준비서 작성이 2019년 12월 끝났고, 국방부는 미국 측의 요구를 거론하며 2020년 5월, 2021년 2월 등으로 새롭게 평가협의회 구성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평가협의회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출범하지 못했다. 여권에서는 청와대 등 ‘윗선’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의원은 “주민 반대 때문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 다른 정황이 드러난 만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 누구의 지시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됐는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가 2020년 7월 작성한 ‘성주 기지 환경영향평가 추진 계획 보고’ 문건 등에는 평가 지연에 따른 미국의 불만과 불안도 담겼다. 국방부는 2020년 6월 열린 한미 과장급 회의에서 환경영향평가 후속 절차 개시, 종료 시점에 대해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환경영향평가 이전에라도 사드 기지에 한전의 상업용 전기 공급을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에 거절당했고, 이후 “레이더 시설만이라도 전기 공급 공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지 앞 반대 시위대 때문에 미군은 헬기로 실어온 기름으로 이동식 발전기를 돌려 사드 레이더를 운영했다. 결국 2020년 7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환경영향평가 지연은 장병 생활 여건과 기지 능력에 영향을 준다’며 “조속하고 적절히 진행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