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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앞에 강사로 서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미군 앞에 강사로 서다
이씨가 한국어 수업 수강생인 주한 미군 앤서니 콜린스(왼쪽) 대위와 함께 환히 웃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알음알음 배운 피아노로 집앞 예식장에서 결혼행진곡을 연주하며 생활비 벌던 시절,

동네에서 알게 된 미군 장병들은 고마운 친구였다. “아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함께 포켓볼도 치고요.”

 

1991년이었다. “집 근처 ‘캠프 롱’ 성당 수녀님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해서 미사 끝나고 혹은

가끔은 제 집에서 가르쳐주곤 했죠.

어느 날 그분이 지금 UMGC에 한국어 강사 자리가 났으니

지원해보라고 알려주더군요.” 이듬해 1월, 대학 시간강사가 됐다.

 

–첫 수업 기억 나나요?

“강의실이 흔들릴 만큼 떨었어요. 누가 장교인지 사병인지 모르지만 미군 10명 앞에 섰는데,

땀으로 겨울 내의가 다 젖었죠. 실수도 했겠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수업에서 꼭 하는 말이 있나요?
“첫날 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줘요. 나는 고아였고, 너희 선배들에게 빚을 졌고,

지금 이 수업은 일종의 페이백이라고. 뒤처진다고 느끼거나 결석을 했다면 언제든 보강 신청하라고.

나는 너네 컴퍼니(company·동료)라고.”

기분이 안 좋으면 걸어라, 기분이 좋으면 걸어라, 할 일이 많으면 일단 걸어라…
하루에 7~8㎞는 걸어요. ‘저 할머니 용 삶아 먹었다’고 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