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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 차도 흰 차 된다  ♣ 

매뉴큐어라도 바르셨나요

미래인증건강신문 관리자 기자 |

♣  까만 차도 흰 차 된다  ♣ 

                                  유영준

 그것도 중고차를 어머니는 매일 닦으셨다.

잘 난 아드님이 타고 출근할 차니까.

‘할머니, 까만 차를 닦으면 흰 차 되나요?’

놀리는 이웃 집 할머니의 농담에도

‘그럼 두고 봐. 내가 흰 차 만들어 놓을 테니까’ 하면서 닦으셨다.

 

조그만 차인데도 차 위를 닦을 때는 어머니는 꼭 받침대에 올라서셔서 차에 매달리듯 하며 닦으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작으셨다.

 

 중고차를 사 갖고 왔을 때 어머니는 그렇게 좋아 하셨다.

하기야 작은 중고차라도 서울 변두리인 방학동에는

승용차라고는 두어 대 밖에 없을 때니까 그럴 만도 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애비야 이제 성묘가려고

그 지긋지긋한 만원 시외버스 타지 않아도 되지? 그렇지! 하며 소녀처럼 좋아 하셨다.

지금과는 달리 추석, 구정 등 성묘 철에는

지금의 을지로 6가에 있던 시외 버스터미널에 가서 매번 전쟁을 치르곤 했었다.

 

예매제도가 없었던 시절 이야기다. 버스 문으로 올라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창문으로라도 기어 올라 타면 다행이던 시절 이야기다.

할머니고 처녀고 아줌마고 없었다.

유난히 고개도 많고 굽은 길도 많고 추위도 심했던 그 시절,

명절 때는 꼭 몇 번이고 시외버스가 굴러 수많은 사상자들을 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그 만원 버쓰 타느라 고생하지 않고

고향 선산에 성묘 가시는 것이 그렇게도 좋으신가 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머니 속셈을!  ‘이놈들아 보았느냐.

이 자동차 주인은 바로 우리 아들이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나온 아들이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나온 아들의 어미가 바로 나다!

 

이놈들아. 빚 좀 안 갚는다고 내 손가락 가져 간 놈들아.

내 손가락 내놔라. 내 아들이 산 차를 타고 내가 왔다. 나와 보아라!

하고 동구 밖에서부터 소리라도 치고 싶은 것이다.

어머니는 빚 독촉에 꼭 갚는 다는 약속으로 손가락을 잘랐던 그런 여인이다.  

 

어머니, 그 손가락 지금은 좀 자랐나요.

매뉴큐어라도 바르셨나요.

좋은 것 하나 사서 보내 드릴테니 주소 좀 알려 주세요.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