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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ESG 전략 … 흑인 인어 공주 탄생시켰다 [이승윤의 디지털로 읽다]

ESG는 환경에거 시작되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조직이 무너지면 투자자들의 투자한 돈을 회수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인간의 탐욕에서 생기는 것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한다(ESG 경영핸드북 저자 유영준기자)

미래인증건강신문 나종민 기자 |

기업
디즈니의 ESG 전략 … 흑인 인어공주 탄생시켰다 [이승윤의 디지털로 읽다]

사회 정의 관심 많은 MZ세대
갈색 피부의 인어공주에 주목
논란 일으키며 이슈몰이 성공
넷플릭스도 사회 기금 만들어
소수인종·여성 제작자 지원
사진설명사진 확대
갈색 피부의 새로운 에리얼을 캐스팅해 화제가 된 영화 '인어공주'.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5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영화가 전 세계에 개봉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상반기 내내 이 영화가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낸 것은 이 영화가 1989년도 동명의 애니메이션 흥행 영화를 30여 년 만에 새롭게 실사화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주인공인 인어공주 배역을 맡은 핼리 베일리(Halle Bailey)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존의 하얀 피부에 붉은 머릿결을 지닌 인어공주 캐릭터 에리얼이 아닌 갈색 피부의 새로운 에리얼 이야기를 디즈니는 지금 시대에 내놓은 것이다. 흑인 배우를 새로운 에리얼로 캐스팅하자 반발도 일어났다. 온라인상에서 '#Not my ariel(나의 에리얼이 아니다)' 같은 흑인 에리얼의 이야기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확산되었다. 반대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흑인 에리얼을 지지하는 움직임 역시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실제 영화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 나타난 전문 평론가들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100% 만점에 66%로 평범한 편이지만, 대중 평가는 94%로 아주 높은 편이다. 수많은 논란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인어공주를 등장시킨 디즈니의 이러한 결정은 ESG를 기반으로 한 디즈니의 전략적인 기업 성장 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뚜렷한 자기 신념을 가진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중심에는 ESG가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향후 기업이 디지털 네이티브의 선택을 받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환경 보호에 힘쓰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사회공헌활동, 법과 윤리를 지키는 회사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디즈니가 발표한 2022 기업의 사회적 책임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여름 크루즈 라인 상품으로 내놓은 디즈니 위시호에 마련된 대형 공연장에서 흑인 에리얼이 등장하는 인어 공주 라이브 공연을 만들었고, 이 라이브 공연에서 사용된 전체 의상과 무대 장치 중 약 50% 이상이 재활용된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발표한다. 디즈니가 그들의 비즈니스상에서 얼마나 친환경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동안 ESG 전략이 'E' 즉 환경 논의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최근에는 사회정의를 대표하는 'S'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커져나가고 있다. 결국 디즈니 흑인 에리얼의 등장은 환경적인 노력을 넘어서서, ESG의 중요 개념 중 하나인 'S' 측면에서도 그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디즈니뿐 아니라 전 세계 OTT(Over The Top)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또 다른 미디어 그룹인 넷플릭스 역시 ESG 활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최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Reduce, Retain, Remove라는 3R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발표하는 자체 ESG 활동 보고서를 살펴보면 그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스트리밍하는 것에 따르는 탄소 발생량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매년 이를 어떠한 전략을 통해 향상시켜나가고 있는지를 대중에게 알려준다.

ESG 중 'S'에 대한 노력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들의 비즈니스 특성상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소외된 나라, 소외된 종교, 소외된 인종과 성별에 속한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Netflix Fund for Creative Equity' 기금을 만들어 그들을 시스템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2021년에는 자사의 콘텐츠 306건을 분석한 '다양성 리포트'를 발간한다. 이 리포트에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넷플릭스 제작 영화·드라마에 단독 주연이나 공동 주연으로 등장한 여성들 비율이 영화는 48.4%, 시리즈 드라마는 54.5%로 미국 업계 평균보다는 휠씬 높은 다양성을 보였다고 발표한다. 극에 등장하는 배우뿐 아니라 카메라 뒤에서 활약하는 감독의 27.7% , PD의 약 36.7%, 작가의 36.4%가 여성으로 이뤄져 있고 이러한 제작자 정체성의 다양성이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넷플릭스가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전환 시대 기업들의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키워드로 ESG를 뽑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소위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대변하는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Generation with Voice'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환경, 젠더, 인권, 윤리경영 등 소위 ESG와 관련된 사회적인 바람직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이런 생각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의 시대다. 지금의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들은 기업이 만들어낸 브랜드가 단순한 'Non-Personal한, 비인격체'적인 사물의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과 같은 인격을 가진 실제와 같은 인격체'가 돼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혹은 기업이 만든 브랜드들이 사회적 바람직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최근의 ESG적인 행보에 한편에서는 미디어 콘텐츠를 그 스토리텔링에 있어서의 가치를 넘어서서 사회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ESG가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만큼 다양한 미디어 기업에서 앞으로 친ESG적인 활동은 오히려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지 모른다.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건국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