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심겨진 그곳에 꽃 피게 하소서.”3
#풍경3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트루디 여사와 마주 앉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올해 84세입니다.
트루디 여사는 김장환 목사와 결혼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한국에 막 도착한 뒤 시댁에서
처음으로 잔치국수를 먹다가
그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작은 생선 한 마리가
육수 위를 헤엄치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그런 음식을
난생처음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육수를 내기 위한
마른 멸치였습니다.
기겁한 그녀는 결국
국수를 입도 대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둘이었을까요.
그런데도 그녀는 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을까요.
트루디 여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심겨진 그곳에 꽃 피게 하소서.
이게 저의 기도이자 믿음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겟세마네에서 올린 예수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따집니다.
내가 심어지고 싶은 곳이 있고,
꽃 피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길 열망하고,
그곳이 아니라면 강하게 거부합니다.
심겨지고 싶은 곳에서
꽃 피고 싶어 하지,
심겨진 곳에서
꽃 피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겟세마네에서 십자가 처형을 목전에 두고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가능하면 이 잔이 저를
비껴가게 하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이 기도에는 ‘자기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예수의 가슴이 있습니다.
트루디 여사의 기도도 그랬습니다.
자신이 심겨지는 곳,
전쟁이 막 끝난 가난한 한국 땅을
트루디 여사는 자기 십자가처럼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는
예수의 기도처럼 말입니다.
출처:백성호 종교전문기자/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