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9 (목)

  • 흐림동두천 3.7℃
  • 흐림강릉 4.6℃
  • 흐림서울 5.1℃
  • 흐림대전 5.8℃
  • 대구 4.7℃
  • 울산 7.4℃
  • 광주 6.2℃
  • 부산 7.8℃
  • 흐림고창 5.1℃
  • 제주 9.0℃
  • 흐림강화 4.1℃
  • 흐림보은 4.4℃
  • 흐림금산 4.1℃
  • 흐림강진군 7.7℃
  • 흐림경주시 4.2℃
  • 흐림거제 7.4℃
기상청 제공

전체메뉴

닫기

“심겨진 그곳에 꽃 피게 하소서.”3 #풍경3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트루디 여사와 마주 앉은 적이 있습니다.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심겨진 그곳에  꽃 피게 하소서.”3
#풍경3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트루디 여사와 마주 앉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올해 84세입니다.

트루디 여사는 김장환 목사와 결혼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한국에 막 도착한 뒤 시댁에서

처음으로 잔치국수를 먹다가

그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작은 생선 한 마리가

육수 위를 헤엄치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그런 음식을

난생처음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육수를 내기 위한

마른 멸치였습니다.

기겁한 그녀는 결국

국수를 입도 대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둘이었을까요.

그런데도 그녀는 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을까요.

트루디 여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심겨진 그곳에 꽃 피게 하소서.

   이게 저의 기도이자 믿음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겟세마네에서 올린 예수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따집니다.

내가 심어지고 싶은 곳이 있고,

꽃 피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길 열망하고,

그곳이 아니라면 강하게 거부합니다.

심겨지고 싶은 곳에서

꽃 피고 싶어 하지,

심겨진 곳에서

꽃 피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겟세마네에서 십자가 처형을 목전에 두고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가능하면 이 잔이 저를

  비껴가게 하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이 기도에는 ‘자기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예수의 가슴이 있습니다.

트루디 여사의 기도도 그랬습니다.

자신이 심겨지는 곳,

전쟁이 막 끝난 가난한 한국 땅을

트루디 여사는 자기 십자가처럼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는

예수의 기도처럼 말입니다.
출처:백성호 종교전문기자/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