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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식품 공동 창업주 김순일 여사 100세로 별세

“제빵은 손끝에서 남는다” 정성·절약으로 SPC그룹 기틀 세워

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제빵은 손끝에서 남는다” 정성·절약으로 SPC그룹 기틀 세워
[발자취] 삼립식품 공동 창업주 김순일 여사 100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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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삼립식품의 경기도 시흥 공장을 방문한 고(故) 허창성(왼쪽 둘째) 명예회장과 고(故) 김순일(왼쪽 셋째) 여사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 내외(양끝)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 여사는 허 명예회장과 함께 창립한 제과점 상미당이 삼립식품으로 커진 뒤에도 감사와 이사를 맡아1990년까지 경영에 참여했다. /SPC


2002년삼립식품의 경기도 시흥 공장을 방문한 고(故) 허창성(왼쪽 둘째) 명예회장과 고(故) 김순일(왼쪽 셋째) 여사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 내외(양끝)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 여사는 허 명예회장과 함께 창립한 제과점 상미당이 삼립식품으로 커진 뒤에도 감사와 이사를 맡아1990년까지 경영에 참여했다. /SPC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모친이자 삼립식품 창업주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부인 김순일 여사가 10일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1923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김 여사는 허 명예회장과 함께 삼립식품(현 SPC삼립)을 창업해 SPC그룹의 기틀을 세웠다. 재계 창업 1세대의 경우 창업주 부인들이 대부분 내조 중심의 역할을 했다면, 김 여사는 창업 과정은 물론 이후 기업 경영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사실상 공동 창업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허 명예회장은 생전에 “아내를 빼놓고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삼립식품을 확고부동한 반석 위에 올려 놓기까지에는 항상 아내의 공과 덕이 뒤따랐다”고 회고했다.

 

김 여사는 1942년 허 명예회장과 결혼 후 함께 봉제 공장을 운영하다가 1945년 삼립식품의 전신인 제과점 ‘상미당’을 함께 창업했다. 제빵 기술이 뛰어났던 허 명예회장이 생산 관리를 담당하고, 김 여사는 직원 인사와 원재료 구매, 거래처 계약과 예산 집행 등 경영 관리를 맡았다. 결혼 후 허 명예회장은 김 여사에게 직접 공장 운영 등에 대해 가르쳤는데 “일을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고, 경영 분야에서 그 능력이 두드러졌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허 명예회장과 김 여사는 6·25전쟁 당시 아들 허 회장을 포함한 자녀 셋을 데리고 황해도 옹진과 서울 을지로를 오가는 피란 생활을 하면서도 상미당 운영을 지속해왔다. 전쟁 통에 빵의 재료인 밀가루와 엿, 설탕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며 갖은 고생을 했다. 휴전 후 서울에서 다시 상미당을 열었고, 1959년 3월 삼립제과공사를 설립해 기업화의 틀을 갖췄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참관하러 갔던 일본에서 공장 자동화 아이디어를 얻은 허 명예회장이 기술자를 데리고 들어와 ‘삼립 크림빵’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8년 삼립식품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김 여사는 이후 회사에서 이사와 감사를 맡으며 1990년까지 경영에 참여했다. 허 회장은 해외 출장 중 모친의 별세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빈소로 오면서 “어려운 시기, 서민들이 즐겨 먹는 크림빵과 호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회사 직원들에게 지출엄정주의와 검약정신, 종업원 존중을 강조했다. 평소에는 “제빵은 손끝에서 남는다”는 말로 정성과 절약을 강조했다. 손끝에 정성이 모이면 맛이 더 좋아지고, 손끝에 정성이 모이면 쓸데없는 낭비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물자가 귀한 시절, 손끝에서 새어 나가는 작은 낭비도 막고 만드는 빵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라고 당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