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日“ 정치학자 ”韓 여성이 쓴 책 두 권 덕에 우울증 극복“(사진,글, 조선일보 20330506,A25)
작년 10~12월 우울증 탓에 극단적인 생각마저 할 정도로 힘들었던 나를 구한 건, 한국 여성이 쓴 두 권의 책이었습니다.”
일본 정치학자인 아사바 유키(淺羽祐樹·47·리쓰메이칸대 동아시아센터 부소장) 도시샤대 글로벌지역문화학부 교수에게 ‘향후 한일 관계의 전망’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저)와 ‘당신이 옳다’(정혜신 저)라는 두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달 26일 교토에 사는 아사바 교수는 화상 통화로 “원래 태어날 때 ‘부모 뽑기’를 잘못한 데다가 직장 상사 갑질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남들이 보기엔 일본 TV·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정치학자지만, 권위주의의 일본 사회에서 마음의 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 뽑기’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뜻으로 최근 한국 젊은이들이 쓰는 말이다.
아사바 교수는 “변호사의 전문적 조언도, 아내의 세심한 돌봄도 도움이 안 됐을 때, 정혜신 의사가 30년 임상 경험을 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안정을 되찾았다”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가 우울증 상담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으로, 많이 공감과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사바 교수는 “몇 번이나 읽으면서 나에게도 교수·남편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강박관념과 긴장이 컸던 걸 알았고 ‘이 책을 읽기 위해 24년간 한국말을 배웠구나’라고 느꼈을 정도”라고 말했다. 리쓰메이칸대를 졸업한 아사바 교수는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본의 40대 남성도 한국처럼 여전히 체면을 중시하고, 고민거리를 혼자서만 떠안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우리 세대는 외계인 같은 상사에게 엄청 당하면서 직장 생활을 했는데, 지금 2030세대에게는 젊었을 때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하면 안 되는 낀 세대”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담았지만 보편성이 있는 두 권의 책은 회복의 큰 계기였다”며 “작년에 하루 2알이던 처방이 1알로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