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증건강신문 유영준 기자 |
좋은 죽음을 위한 거듭되는 고민 사이에서
의사의 역할을 묻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엄습하는 통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은 ‘좋은 죽음’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의사를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라고 말한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진료 시간은 턱없이 짧고, 의사와 환자는 깊이 교감하기 어렵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의사는 언제나 진심으로 치료에 임한다.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환자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최적의 방식으로 전하고자 노력한다고 저자는 다시금 강조한다. 암 치료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암 치료는 장거리 경주이다. 경기 중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완치라는 결승점을 통과할 수도, 혹은 재발과 전이라는 진흙탕 속에서 헤맬 수도 있다. 결승점에 닿기 위해서는 목표를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며, 그 존재가 바로 의사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어려운 판단을 할 때마다, 저자는 의사가 ‘걱정인형’이 아닌지 자문한다. 베개 밑에 넣고 자면 걱정을 대신 해준다는 인형처럼, 어려운 결정이 있을 때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더 나은 판단 쪽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등을 밀어주는 존재이다. 생물학적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노화라는 질병 앞의 환자, 그리고 조금씩 나빠져가는 환자를 옆에 두고 두려움과 죄책감에 빠지는 보호자들에게, 의사는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그들의 고민을 안고 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수많은 죽음을 곁에서 보아왔다. 항상 죽음을 가까이 하다 보니 때로는 오늘의 햇살을 내일 다시 만끽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럴 때면 모든 일상적인 풍경들이 생경해 보인다. 그렇게 새롭게 마주한 일상의 풍경은 더 이상 나에게 그냥 당연한 것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나에게 ‘잘 죽는 법’이다.” -72쪽
죽음을 상기하며 익숙했던 오늘 하루는 좀 더 낯설고 새로워진다. 막연한 공포와 무지를 넘어, 죽음을 나의 것으로 가까이 끌어안을 때 우리는 죽음까지 포함한 더 완결된 삶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다. 이 삶에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오늘의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 때 우리의 하루하루는 더 다채롭게 꾸려지고, 더 깊은 의미들로 채워질 것이다.